본문 바로가기
한국수어(한국수화)

[수어 문화] 얼굴이름이란? (수어이름 / 수호 /Sign Name)

by 수어언니 2026. 2. 24.

사람을 처음 만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름을 묻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그리고 또박또박 소리로 불러보죠.

 

그런데 수어의 세계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름이 오갑니다.

 

글자를 나열하는 이름이 아니라, 그 사람의 특징을 담은 이름.

오늘은 수어 문화 속 특별한 이름, 수호(Sign Name)

제가 좋아하는 말로는 '얼굴이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얼굴이름을 표시하고 있는 영화 '청설' 포스터

1. 지문자 이름과 얼굴 이름

처음 농인을 만났을 때

제 이름을 지문자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한 글자씩 천천히 보여주며

제 이름을 설명했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영어로 이름을 철자 하나씩 말해주듯이요.

 

그런데 매번 만날 때마다

지문자로 길게 표현하는 건

생각보다 번거롭습니다.

 

그래서 농사회에서는

그 사람만의 특징을 담은 짧은 이름을 만듭니다.

 

이것을 '얼굴 이름' 이라고 합니다.

지문자가 '글자 이름'이라면,

수호는 그 사람의 개성이 담긴 얼굴이름입니다.

 

보고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이름이면서 설명이 필요 없는 이름인거죠 ^^

2. 얼굴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얼굴 이름은 참 직관적입니다.

복잡한 규칙보다

그 사람에게서 가장 먼저 보이는 특징을 담습니다.

 

예를 들어,

웃을 때 깊게 들어가는 보조개,

항상 쓰고 있는 안경,

유독 또렷한 눈웃음.

혹은

밝게 웃는 성격,

차분하고 안정적인 분위기,

에너지 넘치는 태도.

직업이나 재능이 담기기도 합니다.

 

항상 타이핑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사람,

그림을 자주 그리는 사람.

이름의 의미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름에 '별'이나 '꽃'이 들어간다면

그 단어의 수어를 변형해 쓰기도 합니다.

 

얼굴이름은

그 사람을 설명하는 가장 짧은 문장과도 같습니다.

3. 얼굴 이름은 누가 정하나요?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얼굴이름은 스스로 정하는 이름이 아닙니다 ^^

 

"이 동작이 예쁘니까 이걸로 할래요."

이렇게 정하는 게 아니에요.

 

농인 공동체가

그 사람을 지켜보고,

가장 잘 어울리는 특징을 잡아

자연스럽게 불러줄 때 비로소 얼굴이름이 됩니다.

 

그래서 얼굴이름을 받는다는 건

단순히 별명을 얻는 일이 아닙니다.

 

그 공동체 안에서

하나의 이름으로 불릴 자격을 얻었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참 따뜻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름을 '주는' 게 아니라

이름을 '선물'하는 문화.

 

4. '수호'라는 공식 명칭보다 '얼굴이름'이라는 표현을 더 좋아하는 이유

저는 수어를 설명할 때

'수호'라는 단어도 물론 쓰지만,

사실은 '얼굴이름'이라는 표현을 더 아끼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그 말 안에 수어의 본질이 더 잘 담겨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부를 때 

소리로 부르게 되면

이름은 말하는 순간 공기 중으로 흩어지지만,

 

얼굴 이름을 부르게 되면

그 사람을 떠올리며

글자가 아니라 표정과 이미지가 함께 떠오릅니다.

 

“홍길동”이라는 세 글자가 아니라,

웃을 때 깊게 들어가는 보조개,

눈이 먼저 웃는 표정,

자주 고개를 끄덕이는 습관 같은 것들.

 

이름이 글자가 아니라

그 사람의 모습이 되는 순간이죠.

저는 그게 참 수어답다고 느꼈습니다.

 

한참을 바라봐야 지을 수 있는 이름

얼굴이름은

대충 보고 붙일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이 어떻게 웃는지,

어떤 습관이 있는지,

어떤 분위기를 풍기는지.

 

조금은 시간을 들여

가만히 지켜봐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얼굴이름을 선물 받는다는 게

참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누군가의 특징을 발견하고

그걸 이름으로 불러준다는 건

꽤 다정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얼굴이름이

수어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글자에 사람을 맞추는 게 아니라,

사람을 있는 그대로 언어로 옮기는 방식.

 

소리로 듣는 이름이 기록이라면,

얼굴이름은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보여주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결국 얼굴이름은 다정한 시선에서 시작됩니다.

 

그 사람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조금 더 깊이 기억하려는 마음.

 

그래서 저는 수어를 배울수록 언어를 배우는 게 아니라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을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굴이름은 그 따뜻한 시선이 만들어낸 결과물 아닐까요?

마무리하며

구분 지문자 이름 얼굴 이름
구성 한글 자음과 모음의 조합 개인의 특징이나 이미지
언어 기반 한국어 철자 중심 수어 고유의 문화 중심
사용 시기 처음 통성명을 할 때 일상적인 대화나 친밀한 사이
결정 주체 본인 (본명 기반) 농인 공동체 (선물 받는 이름)

 

우리에게 이름은

그냥 호칭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어 문화 안에서의 수호는

관계의 증표에 가깝습니다.

 

그 사람을 오래 바라보고, 기억하고, 특징을 담아 부르는 이름.

혹시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누군가가 나를 보며

어떤 특징으로 기억할지.

얼굴이름은 그 질문에 대한 작은 답 같습니다.

수어를 배우다 보면 이렇게 소리 없이도 따뜻한 문화들을 만나게 됩니다.

 

혹시 여러분에게도

언젠가 얼굴이름이 생긴다면,

그건 아마 누군가의 세계 안에

조금 더 깊이 들어갔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한국수어 공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