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를 배우기 전에는 저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손모양만 정확하면 되는 거 아니야?"
그런데 막상 수업을 들어보니
손모양 하나만 맞춘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수어에는 단어를 이루는 구성 요소, 즉 '수어소'가 있습니다.
우리가 말을 할 때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단어를 만들듯,
수어도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정해진 요소들이 모여 하나의 단어가 됩니다.
이 요소 중 하나만 달라도
뜻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수어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수어소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1. 수형, 어떤 손모양인가
수형은 말 그대로 손의 모양입니다.
손가락을 몇 개 폈는지,
주먹을 쥐었는지,
엄지를 세웠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수업 시간에 가장 많이 틀리는 부분이 바로 이 수형입니다.
비슷해 보이는데, 실제로는 전혀 다른 단어인 경우가 많습니다.
손가락 하나 차이로
대상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형은
수어 단어의 첫 번째 단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수위, 어디에서 표현하는가
같은 손모양이라도
어디에서 표현하느냐에 따라 뜻이 달라집니다.
이마 근처인지,
턱 근처인지,
가슴 앞인지.
처음엔 그냥 편한 곳에서 표현하고 싶지만
수어에는 정해진 위치가 있습니다.
이 위치를 수위라고 합니다.
수위가 달라지면
단어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수어는 '몸을 기준으로 한 언어'라는 말이 나옵니다.
3. 수동, 어떻게 움직이는가
손을 가만히 두는지,
위를 향해 움직이는지,
원을 그리는지.
이 움직임을 수동이라고 합니다.
손모양과 위치가 같아도
움직임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됩니다.
처음 배울 때는
" 왜 이렇게 세세하지?" 싶었는데,
이 움직임이 문장의 뉘앙스를 만들어냅니다.
속도나 반복 여부까지
의미에 영향을 줍니다.
4. 수향, 손바닥은 어디를 향하는가
수향은 손바닥이나 손끝이 향하는 방향입니다.
나를 향하는지,
상대방을 향하는지,
위쪽을 향하는지.
이 방향에 따라
주체와 대상이 바뀌기도 합니다.
특히 대명사를 표현할 때
수향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수어는
공간을 읽는 언어라고도 합니다.
5. 비수지, 표정이 곧 문법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많이 강조하는 요소,
비수지입니다.
손을 제외한 모든 표현 요소.
눈썹의 움직임,
입 모양,
고개 각도,
몸의 기울기.
수어에서 표정은 감정 표현이 아니라
문법입니다.
눈썹을 올리면 의문문이 되고,
고개를 저으면 부정이 됩니다.
손모양이 완벽해도
표정이 빠지면 의미 전달이 달라집니다.
6. 수어 공간, 어디까지가 범위인가
수어는 아무 공간에서나 표현하지 않습니다.
보통 머리 위부터 배꼽 아래,
양 어깨 범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이 공간을 벗어나면
상대방이 읽기 어려워집니다.
또한 이 공간 안에서
사람이나 사물을 위치에 배치해두고
그 자리를 다시 가리키는 방식으로 문장을 이어가기도 합니다.
공간 자체가 문법이 되는 셈입니다.
마무리하며
| 요소 | 핵심 | 의미 (역할) |
| 수형 | 어떤 모양인가? | 단어의 형태 (자음/모음 역할) |
| 수위 | 어디에 있는가? | 동작이 일어나는 위치 |
| 수동 | 어떻게 움직이나? | 동작의 방향과 속도 |
| 수향 | 어디를 보나? | 손바닥과 손가락의 방향 |
| 비수지 | 표정은 어떠한가? | 문법 완성 (의문, 부정, 강조) |
| 수어공간 | 어느 범위인가? | 가독성과 문법적 배치 |
수어를 처음 배울 때는
단어 하나만 따라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수어소를 이해하는 순간
"아, 그래서 이게 이렇게 되는구나" 하고
조금씩 구조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수어는 즉흥적인 손짓이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언어입니다.
수형, 수위, 수동, 수향, 비수지, 수어공간
위의 여섯가지들이 모여 하나의 단어를 완성합니다.
수어소를 알고 나면 수어가 훨씬 선명하게 보입니다.
혹시 지금 배우고 있다면
오늘은 단어 암기 대신
내가 표현하는 손모양과 위치를 한 번 더 의식해보세요.
수어는 손으로 말하지만,
구조로 이해하는 언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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