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
우리는 모두 마스크를 쓰고 생활했습니다.
말을 할 때도, 웃을 때도,
입은 가려진 채였죠.
그런데 그때 뉴스를 보면
수어 통역사들은 유독 투명 마스크를 쓰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굳이 저 마스크를 쓰지?"
라는 생각을 하신 분들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수어를 조금이라도 배워본 사람이라면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입이 가려진다는 건,
수어에서는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언어의 일부가 사라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1. 입모양은 수어의 자음과 모음입니다
수어에는 손동작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손모양이라도
입모양에 따라 단어가 달라지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이를 구형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동작을 하면서
입으로 어떤 단어를 발음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더 구체적으로 정해집니다.
손은 똑같이 움직이는데
입모양이 다르면
전달되는 뜻이 달라지는 것이죠.
만약 마스크로 입을 완전히 가려버리면
이 중요한 단서가 사라집니다.
우리가 통화 중에
지지직거리는 잡음 때문에
상대 말이 정확히 안 들릴 때 느끼는 답답함이 그와 비슷합니다.
수어에서 입모양은 선택이 아니라 구성 요소입니다.
2. 표정은 감정이 아니라 문법입니다
수어를 이야기할 때
늘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비수지.
손을 제외한 모든 표현 요소,
즉 눈썹, 입, 고개, 시선, 얼굴 근육까지 포함됩니다.
눈썹을 올리면 의문문,
고개를 저으면 부정,
입모양으로 강조가 더해집니다.
그런데 마스크로 얼굴 하단을 가리면
문장의 중요한 문법적 단서가 사라집니다.
긍정인지 부정인지,
설명인지 질문인지
표정 없이 구분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수어에서 마스크를 쓴다는 건
문장의 마침표나 물음표를 지운 채
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통역사들은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투명 마스크를 선택했습니다.
3. 정보는 곧 생명이었기 때문에
코로나 당시,
뉴스 브리핑 하나가
생활을 바꾸는 시기였습니다.
확진자 동선, 방역 지침, 긴급 공지.
이 정보들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농인들이 이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통역사의 손뿐만 아니라 입모양과 표정까지 모두 보여야 했습니다.
투명 마스크는
단순히 보기 편하게 만든 물건이 아니라,
정보 접근권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작은 배려였던 셈인거죠.
마무리하며

| 구분 | 일반 마스크 | 투명 마스크 (립뷰 마스크) |
| 시각적 정보 | 눈매만 확인 가능 | 입모양(구형) + 얼굴 전체 표정 확인 가능 |
| 수어 전달력 | 문법적 단서가 가려져 오해 소지 있음 | 비수지 요소가 포함되어 정확한 전달 가능 |
| 주요 사용자 | 일반 대중 | 수어 통역사, 언어 치료사, 농인 가족 등 |
우리는 마스크가 불편하다고 말했지만,
수어 사용자에게 마스크는
언어의 일부를 가리는 일이었습니다.
그 시절 투명 마스크를 쓴 통역사들을 보며
저는 한 가지를 다시 느꼈습니다.
수어는 손으로만 하는 언어가 아니라
얼굴과 공간, 표정까지 모두 포함된
입체적인 언어라는 것을요.
그리고
소통은 결국 배려에서 시작된다는 것도요.
말이 들리지 않아도
언어는 존재합니다.
그 언어가 온전히 보이도록
조금 더 생각해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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